2014.01.23 16:21

나무 요양원

조회 수 3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무 요양원 / 강민경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 그래서, 꽃입니다 성백군 2014.07.11 210
66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18
65 방파제 강민경 2014.07.08 234
64 해를 물고 가는 새들 강민경 2014.07.02 246
63 월드컵 축제 성백군 2014.06.26 138
62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200
61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505
60 모래의 고백<연애편지> 강민경 2014.06.22 439
59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409
58 꽃 학교, 시 창작반 성백군 2014.06.14 273
57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6
56 오월의 아카사아 성백군 2014.06.08 324
55 6월의 창 강민경 2014.06.08 261
54 바다를 보는데 강민경 2014.05.25 209
53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6
52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65
51 어머니의 향기 강민경 2014.05.13 235
50 백화 savinakim 2014.05.13 303
49 세월호 사건 개요 성백군 2014.05.12 452
48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89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