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었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협월보  <12월의 시>작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6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3
285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13
284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4
283 관계와 교제 하늘호수 2017.04.13 214
282 가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0.11 214
281 나를 먼저 보내며 강민경 2018.10.21 214
280 행복하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1 214
279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214
278 그래야, 허깨비가 아니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9.21 214
277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276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15
275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16
274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16
273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216
272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216
271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17
270 회귀(回歸) 성백군 2014.03.25 217
269 대숲 위 하늘을 보며 2 강민경 2019.07.24 217
268 그거면 되는데 1 유진왕 2021.07.20 217
267 마음자리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2.15 217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