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9 | 시 | 꽁지 떼어먹힌 도마뱀(Chameleon) - 김원각 | 泌縡 | 2020.11.19 | 129 |
228 | 시 | 껍질 깨던 날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24 | 86 |
227 | 시 | 깜박이는 가로등 | 강민경 | 2015.11.06 | 142 |
226 | 시 | 까치밥 | 유진왕 | 2022.09.29 | 159 |
225 | 시 | 길바닥에 고인 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7.23 | 9 |
224 | 시 | 길동무 | 성백군 | 2014.03.15 | 196 |
223 | 시 | 길가 풀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2.07 | 105 |
222 | 시 | 길 잃은 새 | 강민경 | 2017.06.10 | 179 |
221 | 시 |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 하늘호수 | 2015.08.30 | 290 |
220 | 시 |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6.13 | 336 |
219 | 시 |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11.08 | 190 |
218 | 시 | 기회 | 작은나무 | 2019.06.22 | 202 |
217 | 시 | 기성복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4.09 | 130 |
216 | 시 | 기상정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11.22 | 189 |
215 | 시 |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3.02 | 175 |
214 | 시 |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3.05 | 156 |
213 | 시 | 기미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 정용진 | 2019.02.22 | 95 |
212 | 시 | 금단의 열매 1 | 유진왕 | 2021.07.25 | 221 |
211 | 시 | 글쟁이 3 | 유진왕 | 2021.08.04 | 126 |
210 | 시 | 글 쓸 때가 더 기쁘다 / 김원각 | 泌縡 | 2020.06.27 | 2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