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의 문이다/강민경
내생에 남은 사 분의 일은
오후 여섯 시,
이십사시의 한 귀퉁이에 불과 하지만
소중한 것은 언제나
귀퉁이로 남은 마지막 부분이다
저무는 해를 따라 벌겋게 상기한
오후 여섯 시,
내가 연 문들의 사 분의 일을
어떻게 닫아야 할지
오후 여섯 시에 골똘하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던
어머니의 자궁 문을 연 첫날부터
무슨 사연이든, 어떤 삶이든
“내가 세상의 문이다.” 라는 정의는
빽빽한 솜털의 촉수같이
필수 불가결의 내 삶의 전체이다
당신 개개인은
더 변명할 수 없이
세상의 문임이 틀림없는데
뭐 그리 애 끓이느냐고 다독여
허허, 웃어넘기는 명답,
피하지 않으려는
내 중심에 문고리를 흔드는 소리 들린다.
시
2014.10.12 21:44
내가 세상의 문이다
조회 수 188 추천 수 0 댓글 0
-
당신의 소신대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나비의 변명 / 성백군
-
초록만발/유봉희
-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
봄비.2
-
낙화.2
-
분수대에서
-
비빔밥
-
언덕 위에 두 나무
-
슬픈 인심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12월의 결단
-
별 하나 받았다고
-
일상은 아름다워
-
촛불
-
엉뚱한 가족
-
어둠 속 날선 빛
-
얼룩의 소리
-
10월의 제단(祭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