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길 / 성백군
늙은 봄과 젊은 여름이
공생하는 5월 들길을 걷는다
바랭이, 귀리, 개밀, 뚝새풀들
머리가 희다
한 칠십은 되었을까
미루나무, 갯버들, 찔레
힘이 솟는다
이파리가 뛰어다니느라 초록으로 빛난다
반짝반짝 젊음이 눈부시다
젊음을 바라보는 늙은 봄은
여름을 의지하고
늙음을 뒤돌아보는 젊은 여름은
바람을 불러드려 홀씨를 실어 나른다.
여기저기
아주 귀, 개망초, 억새, 갈대, 야생 무
몰라 흰 꽃, 몰라 노랑꽃, 몰라 빨강 꽃
아는 꽃보다 모르는 꽃이 더 많다.
괜찮단다
언제 삶이 알고만 살았는가
몰라도 섞여 살다 보면 남도 친구가 된다고
5월 들길이 사람을 가르치려 든다
친구란 어릴 적 친구가 허물없다던데, 생판 이름 모를 낯선 들꽃을 벗 삼아, 가르치려 들려는 오월의 길동무조차 나무라지 않는 시인의 마음이 참 넉넉해 보입니다. 좋은 시 고맙습니다. 노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