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처럼
시간이 내게로 달려왔습니다
학업, 결혼, 자녀 양육, 노후 준비,
사느라
초년 중년 장년이
시간의 종이 된 줄도 몰랐습니다
무지막지한 시간입니다
조금만 쉬어 가겠다는데도
인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냉혈한이더니
이제, 노년이 되고 보니
남는 게 시간입니다
들로 산으로 다니면서
떠도는 풍경을 눈에 담아 그리며
이 골목 저 골목 사람 삶을 마음에 글자로 새기며
느릿느릿 시간 길들이기를 합니다
늙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습 이대로를 하늘에 맡기고
영원으로 들면
시간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항 복 할 까 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