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9 | 시 | 대낮인데 별빛이 | 강민경 | 2017.12.07 | 199 |
368 | 시 | 대낮 하현달이 | 강민경 | 2020.05.22 | 181 |
367 | 시 | 대가업 골목상권 | 하늘호수 | 2015.09.15 | 148 |
366 | 시 |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 강민경 | 2015.03.26 | 318 |
365 | 시 | 당신의 소신대로 | 강민경 | 2015.03.15 | 246 |
364 | 시 | 당신의 당신이기에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22 | 105 |
363 | 시 | 당신은 시를 쓰십시오-김영문 | 오연희 | 2016.02.05 | 356 |
362 | 시 |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 강민경 | 2015.08.29 | 236 |
361 | 시 | 당신은 내 밥이야 | 강민경 | 2019.11.19 | 205 |
360 | 시 |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 강민경 | 2018.11.30 | 236 |
359 | 시 |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6.03 | 94 |
358 | 시 | 당뇨병 | 강민경 | 2016.05.12 | 117 |
357 | 시 | 담쟁이의 겨울 | 강민경 | 2016.02.08 | 147 |
» | 시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 2014.12.30 | 289 |
355 | 시 | 담쟁이 그녀/강민경 | 강민경 | 2018.09.10 | 130 |
354 | 시 | 담 안의 사과 | 강민경 | 2014.01.17 | 294 |
353 | 시 |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7.08.30 | 99 |
352 | 시 | 닭 울음소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3.02 | 185 |
351 | 시 | 달빛 사랑 | 하늘호수 | 2016.01.20 | 128 |
350 | 시 | 달, 그리고 부부 | 하늘호수 | 2016.10.02 | 2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