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0 | 시 | 당신의 소신대로 | 강민경 | 2015.03.15 | 246 |
109 | 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강민경 | 2015.03.15 | 262 |
108 | 시 | 나비의 변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3.15 | 252 |
107 | 시 | 초록만발/유봉희 1 | 오연희 | 2015.03.15 | 201 |
106 | 시 |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 정용진 | 2015.03.07 | 161 |
105 | 시 | 봄비.2 1 | 정용진 | 2015.03.07 | 152 |
104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15 |
103 | 시 | 분수대에서 | 성백군 | 2015.02.25 | 209 |
102 | 시 | 비빔밥 2 | 성백군 | 2015.02.25 | 246 |
101 | 시 | 언덕 위에 두 나무 | 강민경 | 2015.01.25 | 288 |
100 | 시 | 슬픈 인심 | 성백군 | 2015.01.22 | 194 |
» | 시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 2014.12.30 | 289 |
98 | 시 | 12월의 결단 | 강민경 | 2014.12.16 | 300 |
97 | 시 | 별 하나 받았다고 | 강민경 | 2014.12.07 | 340 |
96 | 시 | 일상은 아름다워 | 성백군 | 2014.12.01 | 145 |
95 | 시 | 촛불 | 강민경 | 2014.12.01 | 202 |
94 | 시 | 엉뚱한 가족 | 강민경 | 2014.11.16 | 228 |
93 | 시 |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 2014.11.14 | 191 |
92 | 시 | 얼룩의 소리 | 강민경 | 2014.11.10 | 308 |
91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