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 08:07

제기랄

조회 수 13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제기랄 >

 

 

칠십 네 살짜리, 아직 늙지도 못한 사람이

엊그제 그냥 맥없이 떠났소

숨을 안 쉬더라구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어려서 부모 따라 월남 해서는

구두닥이에 신문 팔이에

시대의 설움 온통 혼자 짊어지고

여기저기 헤집고 살다가

바다를 건넜다누만

어차피 바닥 인생, 밑질 것도 없고

 

악착같이 살은 덕에

학위 따고 교수도 되고

사람도 모이고 돈도 모이고

남부럽지 않은듯 했는데

 

허리 필 무렵 어느 날

의례히 그 공식처럼

병이 찾고, 우리 집을 찾고

그래서 내게 왔더이다

 

회복되면 뭐 하고싶냐니까

제일 먼저, 짜장면 집에 가고

그 담엔 바다 낚시를 가련다고

꿈에 그리던 소원이래, 그게

 

그래서 내가 데려가마 약속했지, 철석같이

유월에 가자 했는데

글쎄, 그 젊은 사람이 갑자기 

숨을 안 쉬어, 바보같이

 

사실은, ‘멍청하게’라고 해도

난 성이 안풀리네

언어가 순화되지 못했다는 둥 주절거리면

당신은 뭘 쌩판 모르는 사람이고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 ?
    독도시인 2021.08.08 12:50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5 둘만을 위한 하루를 살자꾸나! / 김원각 泌縡 2020.06.03 107
824 지음 1 유진왕 2021.08.09 107
823 부르카 1 file 유진왕 2021.08.20 107
822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107
821 거 참 좋다 1 file 유진왕 2021.07.19 108
820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08
819 밤, 강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30 108
818 복숭아 꽃/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04 108
817 가는 봄이 하는 말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8 108
816 산그늘 정용진 2019.06.30 108
815 탄탈로스 전망대 강민경 2018.03.02 109
814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박영숙영 2018.08.22 109
813 단풍든 나무를 보면서 강민경 2019.10.11 109
812 왜 이렇게 늙었어 1 강민경 2019.12.17 109
811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5.01 109
810 얼굴 주름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20 109
809 인생에 끝은 없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06 109
808 시간의 탄생은 나 강민경 2015.07.09 110
807 그래도와 괜찮아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01 110
806 엄마 마음 강민경 2018.06.08 110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