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9 09:40

까치밥

조회 수 15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까치밥 > 

 

 

시절이 가난하다고

마음마저 궁하지는 않았소

 

외려 이웃을, 주변을 더 배려하고

타인의 아픔을, 배고픔을 더 측은히 여겼지

나도 잘 아니까, 배고픈 게 뭔지…

 

마주치는 이에게

진지 드셨습니까, 저녁 드시고 가세요

물론 때꺼리가 달랑거리고, 아니

쌀독 긁히는 소리가 날 망정

그래야 마음이 편했지

못 말리는 사람들

 

식량이 모자라

죽 문화가 발달했다더만

그건 죽도 아니었다네, 그냥 물 붓고

있는 것 뭐든지 밥 조금하고 함께 푹푹 끓이는

그러다 한 식구 더 오면, 새 손님이 들면

거기 물 한 바가지 더 붓고 끓이는

우리네 아낙들은 다 유명 쉐프였으니까

 

단풍 들고 서리 내릴 무렵

벌겋게 익은 뒤뜰의 감 수확할 때면

아버지들은 으레 가지 끝 몇 알을 남기셨소, 그건

세상없어도 지켜야 하는 천칙(天則)

배고픈 까치, 저들도 생명, 이웃이니까

우리가 그런 걸 보면서 자랐구먼

 

그 까치들, 까마귀들 오늘 아침

여기 미국까지 배웅을 왔네

몹시도 반갑다

행복하게 잘들 살거라

 

 

 

 

93043_5106_422.jpg

 

images.jpe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8 설중매(雪中梅) 성백군 2014.03.15 204
627 설산을 안고 앵두 빛 동심을 찾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248
626 설국(雪國) 하늘호수 2016.01.10 231
625 섞여 화단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2 157
624 석양빛 강민경 2017.07.22 156
623 생의 결산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30 177
622 생각이 짧지 않기를 강민경 2017.05.05 113
621 생각은 힘이 있다 강민경 2016.09.25 146
620 새해 인사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01 160
619 새와 나 강민경 2020.05.02 191
618 새싹의 인내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09 82
617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91
616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85
615 새들도 방황을 강민경 2016.08.24 265
614 새 집 1 file 유진왕 2021.08.03 107
613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강민경 2019.03.20 243
612 상현달 강민경 2017.11.20 226
611 상실의 시대 강민경 2017.03.25 102
610 삽화가 있는 곳 2 김사빈 2023.05.14 135
609 삶이 아깝다 1 유진왕 2021.08.16 134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