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3 15:49

비우면 죽는다고

조회 수 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우면 죽는다고 / 강민경                

 

 

길바닥에서

무심히 밟힌 빈 깡통

와장창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다 비웠는데

배알도 비우고 값도 비우고 마음마저 게워

자존심도 다 버렸는데

비우면 편하다고 하시더니

왜 이러십니까?

 

늙은 노숙자

Stop 사인에서 가슴에

‘Please help me, I need quarter’라는

표지를 붙이고 빈손을 내민다

 

맞아

어차피 용광로에 들어가 재생하려면

불순물은 제거되어야 한다며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수없이 짓밟히는 찌그러진 깡통

덕에 비었다는 신세는 면했지만, 납작 엎드려

죽은 깡통이 되었다

 

Quarter* 대신에

오전 짜리 찌그러진 깡통을 주어 들고

환전소를 찾아 자리를 뜨는 노숙자 쓸쓸한 등 뒤로

자동차 기적 소리 요란하다

 

*quarter : 미화 1/4 달러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 집이란 내겐 file 유진왕 2022.06.03 141
125 짝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13 119
124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18
123 찔레꽃 그녀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3.31 96
122 찡그린 달 강민경 2015.10.23 163
121 착한 갈대 강민경 2019.05.16 110
120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03 138
119 참회 1 유진왕 2021.07.22 69
118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89
117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5 259
116 처음 가는 길 1 유진왕 2021.07.26 175
115 천고마비 1 유진왕 2021.08.01 241
114 천국 방언 1 유진왕 2021.07.15 156
113 천국 입성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20 146
112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216
111 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06 131
110 천진한 녀석들 1 유진왕 2021.08.03 170
109 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07 102
108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55
107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3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