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6 286
»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87
123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87
122 한 점 바람 강민경 2015.09.25 287
121 빈말이지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05 288
120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119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file 유진왕 2021.07.18 289
118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117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90
116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115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91
114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2
113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294
112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94
111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95
110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5
109 나뭇잎 자서전 하늘호수 2015.11.24 295
108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6
107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6
106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강민경 2015.06.08 296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