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19:10

오디 상자 앞에서

조회 수 4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6 모퉁이 집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14 121
745 사목(死木)에 돋는 싹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04 121
744 잊어서는 안 된다 / 김원각 泌縡 2020.05.17 121
743 변곡점 1 file 유진왕 2021.07.16 121
742 9월이 강민경 2015.09.15 122
741 조각 빛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4.01.30 122
740 겨울 초병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1.21 122
739 4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4.28 122
738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22
737 황토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19 122
736 파도의 사랑 2 강민경 2017.01.30 123
735 침 묵 1 young kim 2021.03.18 123
734 종아리 맛사지 1 유진왕 2021.08.07 123
733 노년의 삶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06 123
732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28 123
731 빈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16 123
730 날마다 희망 하늘호수 2016.10.27 124
729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24
728 동행 하늘호수 2017.04.07 124
727 시작(始作 혹은 詩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27 124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