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해님이 뒤통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 김원각

 

처마가 뒤집히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하천이 범람한 곳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허리케인 레인(Lane)이

우리 동네 오하우 * (Oahu)로 떼 지어 몰려오더니

옆집 텃밭을 도랑으로 만들고

김 씨네 화단 화초는

모두 모가지를 분질러 놓았다

 

그래도 다는 아닌지

어린 새싹들은 손대지 않고

해 뜨자 슬그머니 물러간다

그게 인정이라면 인정이고 의리라면 의리랄까

일용직 박 씨는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허물고, 짓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망하고, 흥하고,

허리케인 지나간 후 다시 복구가 시작되듯이

사람 산다는 게 다 그런 것이라며

해님이 뒤통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 오하우(Oahu) : 하와이 주(州) 청사와 호놀루루 시(市)가 있는 곳.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9
48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301
47 가을, 잠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9 197
46 가을 입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26 178
45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03 162
44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72
43 가을 산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7 199
42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24 247
41 갈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31 151
40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07 197
39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72
38 단풍잎 꼬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1 151
37 가을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28 217
36 광야(廣野)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05 197
35 물속 풍경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2 203
34 단풍 낙엽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9 206
33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108
32 2024년을 맞이하며 tirs 2024.01.02 106
31 들길을 걷다 보면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02 86
30 새싹의 인내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1.09 82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