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1 17:44

국수쟁이들

조회 수 9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국수쟁이들 >

 

 

어느 날 장안에 

내노라 하는 세 국수쟁이가 모였소

피차 안부를 물으며 한동안 얘기 꽃을 피우다

의례 그 국수 얘기가 나왔겠지

 

식성대로 이런 저런 국수를 주문해 놓고는

주방쪽으로 자꾸 시선을 돌리며 세 사람 왈,

아마 이 세상에 

자기만큼 국수에 일가견이 있고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 절대 없을 거라며

침튀기고 설전을 벌이지 않았겠소

 

마침내 이 참에

누가 진짜 국수쟁이인지 가리기로 했고

그래서 각자가 소견 발표 시작

 

첫째 사람 왈,

자기는 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대

술보다 더 잘 넘어간대나?

아침 밥상에 쌀밥을 밀쳐 놓고

전날 남은 불은 국수를 찾는다고

 

와!~~~~, 참 좋아하는구먼

 

둘째 사람 왈,

뭘, 그 정도를 가지고서

이 사람들아, 

난 국수를 그릇에 담아서 먹어본 기억이 없네

삶아서 맑은 물에 헹구다가, 그 보드라운 국수를

음미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결국 다 집어먹어 버리게 된다구

어떻게 그릇에 담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나

 

와!~~~, 자네, 국수 어지간이 좋아하는 구나

 

그랬더니, 셋째,

눈을 지긋이 감고는, 시를 한 수 읊더래

 

파아란 밀 밭 사이를 지나면 

가슴이 설레인다

나만 알고, 너만 아는

그래서 배시시 웃을 수 밖에

 

다들 손발 들어버렸대

, 나도 오늘 가슴이 설렐라고 그러네

 

 

 

8a6780557bbe0abd86fb739961e6a9ca1.jpg

 
  • ?
    독도시인 2021.08.13 13:38

    파아란 밀 밭 사이를 지나면
    가슴이 설레인다
    나만 알고, 너만 아는
    그래서 배시시 웃을 수 밖에

    다들 손발 들어버렸대
    햐, 나도 오늘 가슴이 설렐라고 그러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6 끝없는 사랑 강민경 2014.09.01 316
905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강민경 2015.03.31 316
904 (동영상 시) 선창에서 At Fishing Dock 차신재 2016.04.29 316
903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315
902 유월의 향기 강민경 2015.06.20 315
901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15
900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314
899 그가 남긴 참말은 강민경 2013.10.11 313
898 4월에 지는 꽃 하늘호수 2016.04.29 313
897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312
896 2 하늘호수 2016.09.17 309
895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308
894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308
893 엄마는 양파 강민경 2019.11.06 308
892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307
891 나의 변론 강민경 2018.02.13 304
890 백화 savinakim 2014.05.13 303
889 구로 재래시장 골목길에/강민경 강민경 2018.08.02 303
888 이러다간 재만 남겠다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8.02.04 302
887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30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