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6 07:00

복숭아 거시기

조회 수 9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복숭아 거시기 >

 

복숭아 거시기를 어찌 만드냐 하셨소?

 

암, 난 알지

많이 만들어 봤거든

아니,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울 아부지 만드실 제

곁에서 유심히 봐 뒀지

 

광 속에 땅을 한 길 파고는

큰 장독을 목까지 묻어요

뒷 산 복숭아 밭에서

향이 근사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백도 몇 지게 저다 넣고

설탕을 켜켜 뿌리고 정성스레 덮었소

그건 한 해의 성스러운 예식

 

그 다음은 고난의 시간

몰래 침을 꼴깍꼴깍 삼기면서도

한 달을 버티십디다

울 아부지 용해

 

그래도 울 아버진 절대로

복숭아 거시기라 안 하셨소

그건 몸에 좋은 과일 엑기스

가끔씩 광 속에서 노래 소리가 나고

웃통 벗고 주무셔서 그게 탈이었지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신비한 추억에 웃고

 
  • ?
    독도시인 2021.07.19 14:15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그 신비한 추억에 웃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 이유일까? 아니면 핑계일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15 98
106 나도 보여 주고 싶다 / 김원각 泌縡 2020.03.06 98
105 동양자수 장미꽃 / 성백군 3 하늘호수 2021.08.03 98
104 꽃샘추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7 98
103 빗방울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25 98
102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8.30 97
101 오, 노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08 97
» 복숭아 거시기 1 유진왕 2021.07.16 97
99 인생 괜찮게 사셨네 1 유진왕 2021.08.17 97
98 낙엽은 단풍으로 말을 합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1.25 96
97 때늦은 감사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2.10 96
96 꽃들의 봄 마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3.12 95
95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95
94 못난 친구/ /강민경 강민경 2018.07.17 94
93 별이 빛나는 밤에 file 작은나무 2019.03.17 94
92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03 94
91 코스모스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25 94
90 정월 대보름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8.06 94
89 부활절 아침에/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14 93
88 파도 강민경 2019.07.23 93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