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4 그가 남긴 참말은 강민경 2013.10.11 313
983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37
982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315
981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308
980 풍광 savinakim 2013.10.24 191
979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36
978 시월애가(愛歌) 윤혜석 2013.11.01 151
977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10
976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975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53
974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973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50
972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17
971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177
970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18
969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278
968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1
967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307
966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8
965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6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