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6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67
835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67
834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66
833 미국 제비 1 유진왕 2021.07.30 266
832 7월의 유행가 강민경 2015.07.28 264
831 나의 고백 . 4 / 가을 son,yongsang 2015.10.23 264
830 사인(死因) 하늘호수 2016.04.09 264
829 시 / 바람 3 son,yongsang 2017.09.04 264
828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1 유진왕 2021.07.27 263
827 6월의 창 강민경 2014.06.08 262
826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62
825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61
824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61
823 내가 사랑시를 쓰는이유 박영숙영 2015.08.02 260
822 물웅덩이에 동전이 강민경 2018.04.19 259
821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하늘호수 2017.05.15 259
820 작은 꽃 강민경 2017.11.26 259
819 오디 성백군 2014.07.24 258
818 옷을 빨다가 강민경 2018.03.27 258
817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57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