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7 19:32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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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강민경

                                

 

빈손인 것 같지만

생명을 틔우고 거두는

무한 능력의 흙 당신 품에 안기면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넉넉해서

닮고 싶은 마음 생수처럼 솟칩니다

 

채워지면 채워지는 대로 비워내고

비웠는가 하면 언제부터인지

채워 놓는 어머니 같은 당신 보며

특별히 고맙다거나 칭찬하지 않아도

몇천 년씩이라도 그 모습 그대로인

당신은, 또 나를 이 세상에 낳아

빈칸 하나를 채웠습니다

 

태양을 안고 달을 품어 주시듯

세상과 나를 품고, 다듬으며

햇볕 밝은 낮이나, 어두운 밤이나

그저 기꺼워 어쩔 줄 모르는 당신을

감싸고 돌며 어루만지고 밟아 대면서

특별히

고맙다는 인사 한번 챙긴 일 없지만

 

당신은 너무나 따뜻하고 깊어서

당신 딸이라는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나는 감히 당신의 방대한 열정을

가진 듯 기쁩니다, 살든지 죽든지

언제, 어디서 든

흙 당신은 내가 편하게 안길 수 있는

내 어머니 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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