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8 18:59

화장하는 새

조회 수 3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1 " 이제 알았어요 " " NOW I KNOW " young kim 2021.03.23 181
980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25
979 (동영상 시) 내 잔이 넘치나이다 My Cup Runneth Over! 동영상시 2 차신재 2016.07.28 360
978 (동영상 시) 석류 - 차신재 Pomegranate -Cha SinJae, a poet (Korean and English captions 한영자막) 1 차신재 2022.06.05 319
977 (동영상 시) 선창에서 At Fishing Dock 차신재 2016.04.29 288
976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차신재 2016.12.01 74558
975 (동영상시) 그리움에게 Dear Longing 1 차신재 2015.12.08 180
974 (동영상시) 나는 본 적이 없다 (데스밸리에서) Never Have I Seen (at Death Valley) 차신재 2015.08.09 562
973 (동영상시) 나는 시골버스 차장이 되고 싶었다 - I Wanted To Become A Country Bus Conductor 차신재 2015.08.20 524
972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32
971 (동영상시) 새해를 열며 2 차신재 2017.02.23 371
970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차신재 2015.09.01 511
969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67
968 (동영상시) 한 여름날의 축제 An Exilarating Festivity On A Mid Summer Day 차신재 2015.09.12 433
967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295
966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39
965 10월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04 109
964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오연희 2015.10.01 511
963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182
962 10월의 형식 강민경 2015.10.07 19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