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8 18:59

화장하는 새

조회 수 3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25
61 유실물 센터 강민경 2015.07.24 325
60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26
59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3 327
58 무 덤 / 헤속목 헤속목 2021.05.03 329
57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32
56 반쪽 사과 강민경 2014.04.27 332
55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32
54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33
53 할리우드 영화 촬영소 강민경 2015.05.13 334
52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34
51 수족관의 돌고래 강민경 2015.07.15 337
»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37
49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37
48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42
47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48
46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49
45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49
44 단풍 낙엽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9.07.16 351
43 당신은 시를 쓰십시오-김영문 file 오연희 2016.02.05 352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