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1 12:27

숲 속 이야기

조회 수 1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 속 이야기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초입

삐비, 3월에 왔을 때는

무릎에서 알짱거리더니

6월에 다시 와 보니 훌쩍, 내 키보다 커

어깨 위에서 건들거린다

 

그동안

나는 이만큼 컸는데

당신은 어디서 무얼 했느냐며

오랜만에 작심하고 산길 오르는 늙은이에게

갓길로 나와 얼굴에다 대고 비빈다

시비를 거는 건지, 반기는 건지

 

보다 못한 골바람

나 대신

저 새파란 풀, 버릇을 고치겠다며

쏴아 쏴아

삐비의 허리를 꺾으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시원한데,

 

산새들 뛰쳐나와

눈알을 부라리며 쫑알거리고

낮잠 자다 선잠 깬 산닭 저도 한몫하겠다며

사연도 알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한낮의 해가 놀라 돌아보기까지 홰를 치고

촐랑촐랑, 늙은이 섭한 심사(心思)를 달랜답시고

제멋에 흐르며 깝죽거리는 개울물,

 

저것들이 다

시비든, 아양이든, 사랑이든, 질투든,

무엇이 되었든지 숲 속 이야기라,

나는 좋아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4 미루나무 잎들이 강민경 2016.06.06 321
743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4
742 밤비 하늘호수 2016.06.10 220
741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5
740 6월 하늘호수 2016.06.15 141
739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46
738 면벽(面壁) 하늘호수 2016.06.21 225
737 안개꽃 연정 강민경 2016.06.27 232
736 물속, 불기둥 하늘호수 2016.07.05 241
735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57
734 숨쉬는 값-고현혜(Tanya Ko) 오연희 2016.07.08 218
» 숲 속 이야기 하늘호수 2016.07.11 120
732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15
731 플루메리아 낙화 하늘호수 2016.07.17 235
730 7월의 감정 하늘호수 2016.07.22 154
729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199
728 개여 짖으라 강민경 2016.07.27 210
727 (동영상 시) 내 잔이 넘치나이다 My Cup Runneth Over! 동영상시 2 차신재 2016.07.28 386
726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3
725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23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