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우린 서로의 수호천사 강민경 2015.05.05 264
123 여인은 실 끊어진 연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03 391
122 뭘 모르는 대나무 강민경 2015.04.30 205
121 바람의 독후감 강민경 2015.04.22 323
120 고무풍선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22 246
119 바위가 듣고 싶어서 강민경 2015.04.15 206
118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15
117 초고속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10 176
116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93
115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강민경 2015.03.31 316
114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45
113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강민경 2015.03.26 314
112 복숭아꽃/정용진 정용진 2015.03.24 227
111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54
110 당신의 소신대로 강민경 2015.03.15 240
109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61
108 나비의 변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3.15 251
107 초록만발/유봉희 1 오연희 2015.03.15 193
106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정용진 2015.03.07 149
105 봄비.2 1 정용진 2015.03.07 149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