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4 20:51

노숙자

조회 수 2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1. 초승달이 바다 위에

  2.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3. 장미에 대한 연정

  4.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5.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6. 단풍 한 잎, 한 잎

  7. 억세게 빡신 새

  8. 낙엽단상

  9.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10. 갓길 불청객

  11. 물의 식욕

  12. 밤송이 산실(産室)

  13. 가을의 승화(昇華)

  14.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15. 시월애가(愛歌)

  16. 노숙자

  17. 풍광

  18. - 술나라

  19. 방파제 안 물고기

  20.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