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4 20:51

노숙자

조회 수 2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2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39
801 7월의 유행가 강민경 2015.07.28 239
800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강민경 2019.02.16 239
799 옛 생각 나서 찾는 바다 / 김원각 泌縡 2020.07.29 239
798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38
797 나 같다는 생각에 강민경 2015.07.13 238
796 바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25 238
795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37
794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강민경 2019.03.20 237
793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37
792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36
791 물웅덩이에 동전이 강민경 2018.04.19 236
790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35
789 물속, 불기둥 하늘호수 2016.07.05 235
788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2 235
787 가을비 소리 강민경 2015.10.29 234
786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32
785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232
784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강민경 2015.08.29 232
783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강민경 2014.02.25 231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