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02 | 시 |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 강민경 | 2016.10.01 | 239 |
801 | 시 | 7월의 유행가 | 강민경 | 2015.07.28 | 239 |
800 | 시 |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 강민경 | 2019.02.16 | 239 |
799 | 시 | 옛 생각 나서 찾는 바다 / 김원각 | 泌縡 | 2020.07.29 | 239 |
798 | 시 | 近作 詩抄 2題 | son,yongsang | 2016.09.30 | 238 |
797 | 시 | 나 같다는 생각에 | 강민경 | 2015.07.13 | 238 |
796 | 시 | 바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7.25 | 238 |
795 | 시 | 밤송이 산실(産室) | 성백군 | 2013.11.03 | 237 |
794 | 시 |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 강민경 | 2019.03.20 | 237 |
793 | 시 |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23 | 237 |
792 | 시 |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 강민경 | 2014.04.11 | 236 |
791 | 시 | 물웅덩이에 동전이 | 강민경 | 2018.04.19 | 236 |
790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235 |
789 | 시 | 물속, 불기둥 | 하늘호수 | 2016.07.05 | 235 |
788 | 시 | 해 넘어간 자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12 | 235 |
787 | 시 | 가을비 소리 | 강민경 | 2015.10.29 | 234 |
786 | 시 | 갓길 불청객 | 강민경 | 2013.11.07 | 232 |
785 | 시 |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 강민경 | 2015.10.17 | 232 |
784 | 시 |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 강민경 | 2015.08.29 | 232 |
783 | 시 |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 강민경 | 2014.02.25 | 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