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04 | 시 | 천진한 녀석들 1 | 유진왕 | 2021.08.03 | 167 |
803 | 시 |
새 집
1 ![]() |
유진왕 | 2021.08.03 | 106 |
802 | 시 | 낯 선 세상이 온다누만 1 | 유진왕 | 2021.08.02 | 106 |
801 | 시 | 감사한 일인지고 1 | 유진왕 | 2021.08.02 | 110 |
800 | 시 |
방하
1 ![]() |
유진왕 | 2021.08.01 | 129 |
799 | 시 | 천고마비 1 | 유진왕 | 2021.08.01 | 237 |
798 | 시 | 낚시꾼의 변 1 | 유진왕 | 2021.07.31 | 85 |
797 | 시 | 멕시코 낚시 1 | 유진왕 | 2021.07.31 | 137 |
796 | 시 | 헤 속 목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31 | 102 |
795 | 시 | 미국 제비 1 | 유진왕 | 2021.07.30 | 261 |
794 | 시 | 무릉도원 1 | 유진왕 | 2021.07.30 | 130 |
793 | 시 | 사막의 돌산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30 | 104 |
792 | 시 | 또 배우네 1 | 유진왕 | 2021.07.29 | 71 |
791 | 시 | 늦깎이 1 | 유진왕 | 2021.07.29 | 115 |
790 | 시 | 바 람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9 | 85 |
789 | 시 | 떡 값 1 | 유진왕 | 2021.07.28 | 145 |
788 | 시 |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 유진왕 | 2021.07.28 | 103 |
787 | 시 | 바람구멍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7.28 | 205 |
786 | 시 | 무 덤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7 | 106 |
785 | 시 | Prayer ( 기 도 ) / 헤속목 1 | 헤속목 | 2021.07.27 | 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