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시
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291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4 | 시 | 찔래꽃 향기 | 성백군 | 2014.07.11 | 518 |
123 | 시 | 찔레꽃 그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3.31 | 96 |
122 | 시 | 찡그린 달 | 강민경 | 2015.10.23 | 157 |
121 | 시 | 착한 갈대 | 강민경 | 2019.05.16 | 110 |
120 | 시 |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4.03 | 137 |
119 | 시 | 참회 1 | 유진왕 | 2021.07.22 | 68 |
118 | 시 | 창살 없는 감옥이다 | 강민경 | 2014.05.05 | 280 |
117 | 시 |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7.06.15 | 257 |
116 | 시 | 처음 가는 길 1 | 유진왕 | 2021.07.26 | 175 |
115 | 시 | 천고마비 1 | 유진왕 | 2021.08.01 | 237 |
114 | 시 | 천국 방언 1 | 유진왕 | 2021.07.15 | 154 |
113 | 시 | 천국 입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7.20 | 141 |
112 | 시 | 천기누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9 | 210 |
111 | 시 | 천생연분, 주례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2.06 | 131 |
110 | 시 | 천진한 녀석들 1 | 유진왕 | 2021.08.03 | 168 |
109 | 시 | 철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5.07 | 100 |
108 | 시 | 철새 떼처럼 | 강민경 | 2016.09.19 | 154 |
107 | 시 |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5.31 | 210 |
106 | 시 | 첫눈 | 강민경 | 2016.01.19 | 97 |
105 | 시 | 첫눈 | 하늘호수 | 2015.12.11 | 1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