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3 16:21

나무 요양원

조회 수 33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무 요양원 / 강민경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39
23 담 안의 사과 강민경 2014.01.17 267
22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16
21 초승달이 바다 위에 강민경 2014.01.04 414
20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65
19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9
18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아침에 이일영 2013.12.26 307
17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1
16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278
15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18
14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177
13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17
12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50
11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10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53
9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8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10
7 시월애가(愛歌) 윤혜석 2013.11.01 151
6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38
5 풍광 savinakim 2013.10.24 191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