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5 16:51

내다심은 행운목

조회 수 2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다심은 행운목 / 성백군
                                                                                        


자주 가는
산길 초입에 행운목
그동안 물올라 시냇가의 버들가지 같다
골바람 쥐고 흔드는 모습이
산마루에 꽂아 놓은 승리의 깃발이다

비틀고 추스르고 뛰어오르고
잎들이 날아보겠다고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할 때마다 튕겨 나가는 숨소리
푸드덕, 낮잠 자던 장끼 대신 날다

포기하고 죽은 듯 살았더라면
베란다 한구석 옹기단지 속에 갇혀서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생인데
그렇게는 못 살겠다고
세상과 맞서 바람과 싸우다 일찍
누렇게 시들어가는 모습이, 삶에 지친 나 같아
장례 치르는 심정으로 내다 심었더니

더디어 해냈다고
단지에서 나왔다고
운명이 깨졌다고
솟구쳐 상처 난 뿌리 대신에 발이 생기더라며
내가 한일인데, 제가  걸어나온 것처럼 반기는 행운목

그래, 네가 나에게도 행운이면 좋겠다.


      555 - 10032013





  1. 알로에의 보은

  2. 뿌리 / 성백군

  3.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4.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5. 꽃 학교, 시 창작반

  6. 비와 외로움

  7. 탄탈로스 산닭

  8. 8.15 해방 70년을 생각한다

  9.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

  10. 내다심은 행운목

  11. 정독, 인생길 / 성백군

  12. 저 하늘이 수상하다

  13. 단풍 한 잎, 한 잎

  14. 창살 없는 감옥이다

  15. 지는 꽃잎들이

  16.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17. 새들은 의리가 있다

  18. 나뭇잎 자서전

  19. 이국의 추석 달

  20. 언덕 위에 두 나무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