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5 16:51

내다심은 행운목

조회 수 2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다심은 행운목 / 성백군
                                                                                        


자주 가는
산길 초입에 행운목
그동안 물올라 시냇가의 버들가지 같다
골바람 쥐고 흔드는 모습이
산마루에 꽂아 놓은 승리의 깃발이다

비틀고 추스르고 뛰어오르고
잎들이 날아보겠다고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할 때마다 튕겨 나가는 숨소리
푸드덕, 낮잠 자던 장끼 대신 날다

포기하고 죽은 듯 살았더라면
베란다 한구석 옹기단지 속에 갇혀서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생인데
그렇게는 못 살겠다고
세상과 맞서 바람과 싸우다 일찍
누렇게 시들어가는 모습이, 삶에 지친 나 같아
장례 치르는 심정으로 내다 심었더니

더디어 해냈다고
단지에서 나왔다고
운명이 깨졌다고
솟구쳐 상처 난 뿌리 대신에 발이 생기더라며
내가 한일인데, 제가  걸어나온 것처럼 반기는 행운목

그래, 네가 나에게도 행운이면 좋겠다.


      555 - 10032013





  1. 초승달이 바다 위에

  2. 등외품

  3. 담 안의 사과

  4. 나무 요양원

  5. 2월

  6. 낙엽 한 잎

  7. 강설(降雪)

  8. 문자 보내기

  9. 겨울 홍시

  10. 몽돌과 파도

  11. 태아의 영혼

  12. 낙원동에서

  13.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14. 길동무

  15. 내다심은 행운목

  16. 설중매(雪中梅)

  17. 봄 날

  18. 회귀(回歸)

  19.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20. 지상에 내려온 별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