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 | 시 | 아! 내가 빠졌다고 / 김원각 | 泌縡 | 2020.08.31 | 82 |
43 | 시 | 두루미(鶴)의 구애(求愛) / 김원각 | 泌縡 | 2020.10.10 | 82 |
42 | 시 | 구겨진 인생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10.19 | 82 |
41 | 시 | 새싹의 인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1.09 | 82 |
40 | 시 | 12월 | 강민경 | 2018.12.14 | 81 |
39 | 시 | 막힌 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4.14 | 81 |
38 | 시 | 가을/ 김원각-2 | 泌縡 | 2021.01.09 | 81 |
37 | 시 |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5.21 | 81 |
36 | 시 | 조상님이 물려주신 운명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09.28 | 81 |
35 | 시 | 함께하고 싶다! / 泌縡 김원각 | 泌縡 | 2019.12.20 | 80 |
34 | 시 |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19 | 79 |
33 | 시 | 별천지(別天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5.11 | 79 |
32 | 시 | 그래도 그기 최고다 1 | 유진왕 | 2021.08.05 | 79 |
31 | 시 | 콜퍼스 크리스티 1 | 유진왕 | 2021.08.10 | 79 |
30 | 시 | 몰라서 좋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11.16 | 77 |
29 | 시 | 밀당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3.20 | 77 |
28 | 시 | 개 목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4.05.07 | 77 |
27 | 시 | 아침을 깨우는 것은 햇빛이 아니라 바람입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8.31 | 76 |
26 | 시 | 산그늘 정용진 시인 | 정용진 | 2019.07.01 | 75 |
25 | 시 | 운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25 | 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