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18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1. 언덕 위에 두 나무

  2. 슬픈 인심

  3. 담쟁이에 길을 묻다

  4. 12월의 결단

  5. 별 하나 받았다고

  6. 일상은 아름다워

  7. 촛불

  8. 엉뚱한 가족

  9. 어둠 속 날선 빛

  10. 얼룩의 소리

  11. 10월의 제단(祭檀)

  12. 숙면(熟眠)

  13. 가을비

  14.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15. 내가 세상의 문이다

  16. 가을 밤송이

  17. 그늘의 탈출

  18.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19. 바람의 독도법

  20. 종신(終身)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