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3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84 | 시 | 사랑의 미로/강민경 | 강민경 | 2019.01.07 | 206 |
683 | 시 | 너의 유혹에 빨려드는 나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20.06.12 | 206 |
682 | 시 | 그래서, 꽃입니다 | 성백군 | 2014.07.11 | 205 |
681 | 시 | 꽃 속에 왕벌 | 하늘호수 | 2016.09.28 | 205 |
680 | 시 | 분수대에서 | 성백군 | 2015.02.25 | 205 |
679 | 시 | 뭘 모르는 대나무 | 강민경 | 2015.04.30 | 205 |
678 | 시 | 해 돋는 아침 | 강민경 | 2015.08.16 | 205 |
677 | 시 | 두개의 그림자 | 강민경 | 2017.09.16 | 205 |
676 | 시 | 잡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7.21 | 205 |
675 | 시 | 바람구멍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07.28 | 205 |
674 | 시 | 얼룩의 초상(肖像) | 성백군 | 2014.09.11 | 204 |
673 | 시 | 신선이 따로 있나 1 | 유진왕 | 2021.07.21 | 204 |
672 | 시 | 단풍 낙엽 – 2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2.19 | 204 |
»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03 |
670 | 시 | 당신은 내 밥이야 | 강민경 | 2019.11.19 | 203 |
669 | 시 | 밀국수/ 김원각 | 泌縡 | 2020.07.21 | 203 |
668 | 시 | 비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구나 / 김원각 | 泌縡 | 2020.12.05 | 203 |
667 | 시 |
독도의용수비대원 33인의 아버지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7.17 | 203 |
666 | 시 | 봄 날 | 이일영 | 2014.03.21 | 202 |
665 | 시 | 지상에 내려온 별 | 강민경 | 2014.04.03 | 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