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4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179
683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176
682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190
681 상실의 시대 강민경 2017.03.25 99
680 아침 이슬 하늘호수 2017.03.30 139
679 바퀴벌레 자살하다 하늘호수 2017.03.30 155
678 거룩한 부자 강민경 2017.04.01 160
677 풋내 왕성한 4월 강민경 2017.04.06 124
676 동행 하늘호수 2017.04.07 123
675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89
674 관계와 교제 하늘호수 2017.04.13 211
673 꽃의 화법에서 강민경 2017.04.20 115
672 티눈 하늘호수 2017.04.21 148
671 진실은 죽지 않는다/(강민선 시낭송)밑줄긋는 여자 박영숙영 2017.04.25 163
670 2017년 4월아 하늘호수 2017.04.26 118
669 낙화(落花) 같은 새들 강민경 2017.04.30 100
668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하늘호수 2017.05.02 118
667 생각이 짧지 않기를 강민경 2017.05.05 112
666 나쁜엄마-고현혜 오연희 2017.05.08 186
665 오월 하늘호수 2017.05.09 147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