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16:00

어둠 속 날선 빛

조회 수 1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6 초여름 스케치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6.08 192
» 어둠 속 날선 빛 성백군 2014.11.14 191
604 간도 운동을 해야 강민경 2015.09.11 191
603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91
602 새와 나 강민경 2020.05.02 191
601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90
600 “혀”를 위한 기도 박영숙영 2018.08.19 190
599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190
598 안아 보고 싶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4.23 189
597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88
596 얹혀살기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8.17 188
595 태아의 영혼 성백군 2014.02.22 187
594 도심 짐승들 하늘호수 2017.05.21 187
593 감기 임 강민경 2016.04.10 187
592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7
591 그리움 하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9.08 187
590 외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0.04 187
589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87
588 미루나무 잎사귀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23 187
587 기상정보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1.22 187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