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가족/강민경
햇빛 밝은
알라모아나* 공원 푸른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꺼내는데
작은 새 한 마리 저만큼에서
머리통 갸웃거리는 재롱이 한참 귀엽다
사실은 내가 그들을 불러들였다
고소한 밥 냄새 따라온
비둘기 두서너 마리
목 깃털 빳빳이 치켜세운
뾰족한 부리에 채워 팍팍한 힘
콕콕
사납게 작은 새를 쫓아낸다
암비둘기와 아기 새들에게
어서들 와서 먹으라는 신호였는가!
금방 먹어 치울 듯
입으로 조물 조물 요리를 끝내자
이리 쪼르르 저리 쪼르르
앞 다퉈 배 불리고
어느새
아버지의 울타리 밖 언제였냐는 듯
오글오글
어머니 포근한 날개 밑을 파고드는
그쪽 보다는
부스러기라도 감사히 받는
작은 새의 세상에 위로를 얻는
우리는 모두
엉뚱하지만
한 가족으로 평화롭다
* 알라모아나: 하와이 바닷가에 있는 = 공원 명.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61 | 시 | 물에 길을 묻다 | 강민경 | 2016.10.20 | 221 |
760 | 시 | 당신의 소신대로 | 강민경 | 2015.03.15 | 221 |
759 | 시 | 갓길 불청객 | 강민경 | 2013.11.07 | 220 |
758 | 시 | 불꽃 나무 | 강민경 | 2015.12.26 | 220 |
757 | 시 | 건투를 비네 1 | 유진왕 | 2021.07.17 | 220 |
756 | 시 | 미리준비하지 않으면 | 강민경 | 2016.01.26 | 219 |
755 | 시 | 빛의 공연 | 하늘호수 | 2015.11.30 | 219 |
754 | 시 | 단풍잎 예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10.15 | 219 |
753 | 시 | 어머니의 소망 | 채영선 | 2017.05.11 | 219 |
752 | 시 | 상현달 | 강민경 | 2017.11.20 | 219 |
751 | 시 | 듣고 보니 갠찮다 | 강민경 | 2019.04.10 | 219 |
750 | 시 | 노숙자의 봄 바다 | 강민경 | 2018.04.11 | 218 |
749 | 시 | 정용진 시인의 한시 | 정용진 | 2019.05.17 | 218 |
748 | 시 | 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2.11 | 218 |
747 | 시 | 주차장에서 | 강민경 | 2016.05.17 | 217 |
746 | 시 | 들꽃 선생님 | 하늘호수 | 2016.09.07 | 217 |
745 | 시 | 해를 물고 가는 새들 | 강민경 | 2014.07.02 | 216 |
744 | 시 | 방파제 | 강민경 | 2014.07.08 | 216 |
743 | 시 | 대숲 위 하늘을 보며 2 | 강민경 | 2019.07.24 | 216 |
742 | 시 |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 泌縡 | 2020.05.09 | 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