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3 손 들었음 1 file 유진왕 2021.07.25 88
902 청춘은 아직도 강민경 2019.08.06 89
901 자연이 준 선물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3.17 89
900 감사와 사랑을 전한 는 나그네 / 김 원 각 2 泌縡 2021.02.22 89
899 별이 빛나는 밤에 file 작은나무 2019.03.17 90
898 가을빛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07 90
897 마누라가 보험입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9.07 90
896 못난 친구/ /강민경 강민경 2018.07.17 91
895 단풍은 가을 단풍이라야 단풍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8.26 91
894 국수쟁이들 1 file 유진왕 2021.08.11 91
893 꽃들의 봄 마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3.12 92
892 부활절 아침에/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9.04.14 92
891 정월 대보름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8.06 92
890 코로나 바이러스 1 유진왕 2021.08.15 92
889 꽃샘추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3.07 93
888 오, 노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7.08 94
887 하늘처럼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9.22 94
886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03 94
885 11월에 핀 히비스커스 (Hibiscus) / 김원각 泌縡 2020.11.26 94
884 그리움의 시간도 작은나무 2019.03.01 9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