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3 15:49

비우면 죽는다고

조회 수 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비우면 죽는다고 / 강민경                

 

 

길바닥에서

무심히 밟힌 빈 깡통

와장창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다 비웠는데

배알도 비우고 값도 비우고 마음마저 게워

자존심도 다 버렸는데

비우면 편하다고 하시더니

왜 이러십니까?

 

늙은 노숙자

Stop 사인에서 가슴에

‘Please help me, I need quarter’라는

표지를 붙이고 빈손을 내민다

 

맞아

어차피 용광로에 들어가 재생하려면

불순물은 제거되어야 한다며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수없이 짓밟히는 찌그러진 깡통

덕에 비었다는 신세는 면했지만, 납작 엎드려

죽은 깡통이 되었다

 

Quarter* 대신에

오전 짜리 찌그러진 깡통을 주어 들고

환전소를 찾아 자리를 뜨는 노숙자 쓸쓸한 등 뒤로

자동차 기적 소리 요란하다

 

*quarter : 미화 1/4 달러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 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02 269
143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오연희 2016.11.30 271
142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하늘호수 2015.07.27 271
141 꽃 학교, 시 창작반 성백군 2014.06.14 272
140 알로에의 보은 강민경 2017.08.11 272
139 비와 외로움 강민경 2018.12.22 273
138 탄탈로스 산닭 강민경 2017.12.18 274
137 8.15 해방 70년을 생각한다 son,yongsang 2015.08.14 275
136 계몽 군주와 테스 형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13 275
135 내다심은 행운목 성백군 2014.03.15 276
134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6
133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77
132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278
131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79
130 지는 꽃잎들이 강민경 2016.03.26 280
129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81
128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82
127 나뭇잎 자서전 하늘호수 2015.11.24 284
126 이국의 추석 달 하늘호수 2017.10.07 284
125 언덕 위에 두 나무 강민경 2015.01.25 285
Board Pagination Prev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