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13:26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조회 수 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집.jpg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흰 차일이 산허리를 덮었다

여든 여섯

그리도 꿋꿋하시던 생애

흙덩이에 덥혀 답답해 어찌 하실까

차곡차곡 겹쌓은 나날

기쁨과 노여움과 흐리고 맑은 모든 것

붉은 천 쪼가리의 명정銘旌 한 장에

영양潁陽 千公 鎬子 昶子

이렇게 묻힘으로 끝이라니

침구철학인鍼灸哲學人의 불꽃이던 삶

눈물바다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면

구름 꽃길 가시느라 꽃가마 타신 걸까

큼지막하게 참을 인자를 쓰셔

벽에 붙여주시곤 성큼성큼 돌아서 가신 아버지

참을 인자 획 하나에 배어있는 혈맥血脈

끓어오르는 부정父情의 깊은 샘물

우물가를 휘덮은 하얀 천의 차일

그 끝자락 휘감는 바람이 아프다

부디 새집에 드신 아버지로부터

이제는 참 편안 하구나라는 편지가

곧 올 것만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44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36
943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43
942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성백군 2014.04.12 310
941 난산 강민경 2014.04.17 315
940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95
939 부활 성백군 2014.04.23 264
938 반쪽 사과 강민경 2014.04.27 339
937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80
936 세월호 사건 개요 성백군 2014.05.12 452
935 백화 savinakim 2014.05.13 303
934 어머니의 향기 강민경 2014.05.13 234
933 죽은 나무와 새와 나 강민경 2014.05.19 464
932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5
931 바다를 보는데 강민경 2014.05.25 208
930 6월의 창 강민경 2014.06.08 261
929 오월의 아카사아 성백군 2014.06.08 323
928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6
927 꽃 학교, 시 창작반 성백군 2014.06.14 272
926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409
925 모래의 고백<연애편지> 강민경 2014.06.22 4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