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 08:07

제기랄

조회 수 133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제기랄 >

 

 

칠십 네 살짜리, 아직 늙지도 못한 사람이

엊그제 그냥 맥없이 떠났소

숨을 안 쉬더라구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어려서 부모 따라 월남 해서는

구두닥이에 신문 팔이에

시대의 설움 온통 혼자 짊어지고

여기저기 헤집고 살다가

바다를 건넜다누만

어차피 바닥 인생, 밑질 것도 없고

 

악착같이 살은 덕에

학위 따고 교수도 되고

사람도 모이고 돈도 모이고

남부럽지 않은듯 했는데

 

허리 필 무렵 어느 날

의례히 그 공식처럼

병이 찾고, 우리 집을 찾고

그래서 내게 왔더이다

 

회복되면 뭐 하고싶냐니까

제일 먼저, 짜장면 집에 가고

그 담엔 바다 낚시를 가련다고

꿈에 그리던 소원이래, 그게

 

그래서 내가 데려가마 약속했지, 철석같이

유월에 가자 했는데

글쎄, 그 젊은 사람이 갑자기 

숨을 안 쉬어, 바보같이

 

사실은, ‘멍청하게’라고 해도

난 성이 안풀리네

언어가 순화되지 못했다는 둥 주절거리면

당신은 뭘 쌩판 모르는 사람이고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 ?
    독도시인 2021.08.08 12:50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3 몸살 앓는 닦달 시대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2.20 100
842 모둠발뛰기-부부는일심동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6.15 101
841 나목에 대해, 경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2.31 101
840 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강민경 2020.06.16 101
839 9월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9.10 102
838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1 유진왕 2021.07.28 102
837 윤장로, 건투를 비오 1 file 유진왕 2021.08.06 102
836 가을, 수작 떨지 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0.27 103
835 도미를 구워야 것다 1 file 유진왕 2021.08.04 103
834 길가 풀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2.07 103
833 나목의 겨울나기 전술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26 103
832 바람의 일대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08 104
831 사막의 돌산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30 104
830 님께서 멀리 떠날까 봐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6 105
829 당신의 당신이기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22 105
828 새 집 1 file 유진왕 2021.08.03 105
827 낯 선 세상이 온다누만 1 유진왕 2021.08.02 105
826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06
825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강민경 2018.12.05 106
824 무 덤 / 헤속목 1 헤속목 2021.07.27 10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