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1 17:44

국수쟁이들

조회 수 9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국수쟁이들 >

 

 

어느 날 장안에 

내노라 하는 세 국수쟁이가 모였소

피차 안부를 물으며 한동안 얘기 꽃을 피우다

의례 그 국수 얘기가 나왔겠지

 

식성대로 이런 저런 국수를 주문해 놓고는

주방쪽으로 자꾸 시선을 돌리며 세 사람 왈,

아마 이 세상에 

자기만큼 국수에 일가견이 있고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 절대 없을 거라며

침튀기고 설전을 벌이지 않았겠소

 

마침내 이 참에

누가 진짜 국수쟁이인지 가리기로 했고

그래서 각자가 소견 발표 시작

 

첫째 사람 왈,

자기는 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는대

술보다 더 잘 넘어간대나?

아침 밥상에 쌀밥을 밀쳐 놓고

전날 남은 불은 국수를 찾는다고

 

와!~~~~, 참 좋아하는구먼

 

둘째 사람 왈,

뭘, 그 정도를 가지고서

이 사람들아, 

난 국수를 그릇에 담아서 먹어본 기억이 없네

삶아서 맑은 물에 헹구다가, 그 보드라운 국수를

음미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결국 다 집어먹어 버리게 된다구

어떻게 그릇에 담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있나

 

와!~~~, 자네, 국수 어지간이 좋아하는 구나

 

그랬더니, 셋째,

눈을 지긋이 감고는, 시를 한 수 읊더래

 

파아란 밀 밭 사이를 지나면 

가슴이 설레인다

나만 알고, 너만 아는

그래서 배시시 웃을 수 밖에

 

다들 손발 들어버렸대

, 나도 오늘 가슴이 설렐라고 그러네

 

 

 

8a6780557bbe0abd86fb739961e6a9ca1.jpg

 
  • ?
    독도시인 2021.08.13 13:38

    파아란 밀 밭 사이를 지나면
    가슴이 설레인다
    나만 알고, 너만 아는
    그래서 배시시 웃을 수 밖에

    다들 손발 들어버렸대
    햐, 나도 오늘 가슴이 설렐라고 그러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4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59
823 나목(裸木) - 2 하늘호수 2017.11.03 259
822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57
821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5 257
820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57
819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57
818 오디 성백군 2014.07.24 256
817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56
816 내가 사랑시를 쓰는이유 박영숙영 2015.08.02 256
815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53
814 꽃, 지다 / 성벡군 하늘호수 2015.08.10 253
813 우수(雨水)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1.03.03 252
812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52
811 나비의 변명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3.15 251
810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50
809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250
808 나 같다는 생각에 강민경 2015.07.13 250
807 7월의 유행가 강민경 2015.07.28 250
806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하늘호수 2017.05.15 250
805 3시 34분 12초... 작은나무 2019.03.21 250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