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택배 / 천숙녀
신 새벽 동이 트면 집하장소 출근길
집집마다 전해줄 물건들 빼곡 채워
초인종 누르기 바빠 잠시 쉴 틈도 없다
시동생 택배 일에 백짓장 맞드는 일
배대면 거리두기로 목소리만 전해주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 앞까지만 전했다
가득했던 선물들 받을 주인 전해준다
초인종 누르기 전 문 앞에서 반겨주는
정 깊은 사모님께서 생수 한 병 건네준다
내게로 배달된 한가위 정은 내가 받고
누군가에게 환한 보름 달, 나에겐 보람 달
그제도 지치지 않고 집집마다 배달했다
술시戌時가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누른 초인종
낮은 곳에 묻어둔 시동생의 푸른 꿈은
진득한 땀을 닦으며 한 켜 한 켜 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