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1.20 16:36

내게 없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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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내게는 아무 것도 없었지.
조금은 소슬한 바람
밀폐된 적막에 이따금 섞여드는 소음 몇 마디 뿐

잠시는
가슴을 설레게하던 미소가,
깊은 산골짝을 아무도 모르게 흘러가는
실개천 소리같은 아스라한 목소리가
나를 찾아왔어도
그건 본래 내게 없었던 것들
끝내는 내 곁을 떠나던 것들

누군가를 사랑하고
우정을 주고받고
웃고 지껄이며, 포옹을 하고, 사랑한다 말하고
이 얼마나 허망한 얘기던가.

사랑은 찬장에 넣어둔 채 잊어버린 초코렛처럼
벌레가 먹고
우정은 본래 우정도 아닌 것이었기에
소다수의 거품처럼 가라앉는다.

본래 내 곁에는
차갑고 소슬한 바람,
귀에 멍한 적막에 이따금 섞여드는 세상의 소음
견딜만한 것들이었다.
견딜 수 없던 것은
사랑에서 사랑이 아닌 것으로 변하는 것들과
우정이라 이름 쓴 허망한 행위들….
본래 내 곁에 없었던 그것들
결코 붙잡지 않으리라.

애써 잡아둘 것이 없는 세상에서
내 가슴속 바람소리만을 듣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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