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오연희
그녀, 바람 들었어요
가슴이 탱탱 부풀었어요
땅에서 발을 떼야 살아나는 바람이에요
일단 바람만 잡아타면
바람이 바람을 밀어 올려요
멀리 아주 멀리 바람피우러 떠나요
까마득히 잊혀진 곳에서
아, 버틸 수 없는 바람의 탄성
하늘과 땅 사이 아무도 모르는 바람의 일
사라지는 것은 잊혀지는 것
그녀가 아는 것은 그것뿐
그대 입김에 또 가슴 부푸는
영원히 철모르는 바람꽃이에요
2015년 미주문학 봄호에 실린 김기택시인의 시평
오연희의 <풍선>은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풍선에 재미있게 비유한 시입니다. 바람은 공기의 운동이면서 욕망을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의 운동이기도 하지요. 인간의 심리에는 현실의 억압에서 벗어나 가볍게 날아오르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꿈의 세계에서는 날개가 있어서 나는 것이 아니라 날아올랐기 때문에 날개가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합니다. 꿈꾸는 사람에게는 ‘실체적인 가벼움, 전 존재의 가벼움, 그 꿈을 경험하는 사람 자신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가벼움 자체로서의 가벼움’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삶의 가장 깊은 본능의 하나인 가벼움의 본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꿈꾸는 사람은 날개의 힘으로 나는 게 아니라 가벼움의 본능 때문에 날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와 현실에 적응하기 위하여 이순수한 무욕의 본능을 억압하게 됩니다. 시인은 이 바람의 힘에서 근원적인 생명력을 느끼고 이것을 회복하려는 사람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 아무도 모르는 바람의 일”에 참여하려고 하고, “가슴 부푸는/영원히 철모르는 바람꽃”이 되려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