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오연희
해부라는 말을 들으면 시술대위에
방금 숨이 끊어진
싱싱한 육신이 떠오른다
그토록 사랑했건만
숨이 멎고 몸이 싸늘해지면
자지러지던 통곡소리
이내 잦아들고
끝내는
고개 돌리고야 마는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이
식은 육신까지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었던가?
서로의 모습에 사랑이 싹 텄고
함께 했던 순간들이 영혼만으로
이루어진 것 아닐진대
잊혀져간다
나 시술대 위에 기꺼이 올라가
그대를 향한 사랑으로 붉게 물든 가슴
당신이 해부할 수 있도록 허락하리다
가끔,
그리움으로 남을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