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4 꽃보다 청춘을 강민경 2017.05.12 185
1073 초여름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0 185
1072 시조 몽돌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2.07 185
1071 시조 깨어나라, 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8 185
1070 이스터 달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26 185
1069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8 185
1068 경칩(驚蟄) 하늘호수 2017.03.07 184
1067 닭 울음소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02 184
1066 가을 성숙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12.28 184
1065 인생 성백군 2012.02.10 183
1064 내일은 꽃으로 피어난다 윤혜석 2013.06.30 183
1063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83
1062 겨울 素描 son,yongsang 2015.12.24 183
1061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183
1060 등대 사랑 강민경 2018.05.29 183
1059 시조 빨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8 183
1058 시조 이제 서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14 183
1057 보내며 맞이하며 헤속목 2021.12.31 183
1056 고향보감(故鄕寶鑑) 유성룡 2005.11.23 182
1055 편지 김사빈 2007.05.18 182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