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6
어제:
235
전체:
5,025,058

이달의 작가
2016.09.08 05:15

난간에서

조회 수 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난간에서


이월란 (2016-7)

 

길이 끊어진 자리에 자라난 소멸의 문

디딜 수 없는 깊이가 왠지 환하다

팽팽한 절벽 앞에서 잡는 곳마다 손이 되고

닫아도 열어도, 아무도 전율하지 않는다

장애를 쉬이 뛰어넘은 넋은 어느새 두 날개가 돋고

놓을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짧은 손을 흔든다

 

땅과 바다의 경계처럼 지워졌다 다시 그려지는 구조물

나무를 닮아 뿌리가 깊다

베란다의 덩굴은 알피니스트처럼 타고 올라

쇠붙이마저 끌어안으며 붙어살고 있는데

밤을 보내는 자리마다 그 날의 정상이었으리라

누군가 떨어진 자리에

보수되지 못하고 방치된 꿈이 달려 있다

 

해 아래 체온처럼 따뜻해진 시간을 꼭 쥐어본다

꼭 아기 손목만한 굵기를 따라 몇 걸음 떼어본다

삶의 외곽은 늘 단단하다

경사 깊은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꽉 붙들었던 꿈은

내려가서 보면 언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을 달수록 속절없이 장엄해지는 높이

삶의 중력은 한 뼘 너머에서 어김없이 작동할 것이다

어디에고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어제도 이 자리에 있었다

백지 위의 선 같은 기둥에 잠시 기대어 보면

가장자리를 벗어나는 무늬가 있다

다시 호명되는 꿈이 있다

신발 한 짝을 흔들어보다 아차, 떨어뜨리고 말았다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

맨발이 낫겠다, 뿌리 뽑힌 난간처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30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29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28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27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26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2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24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23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22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21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20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9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8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7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5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4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3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