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5
어제:
235
전체:
5,024,987

이달의 작가
2008.05.07 15:15

황사

조회 수 591 추천 수 5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background=http://tfile.nate.com/download.asp?FileID=2839363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mode="transparent">

 


    황사(黃沙)


    이 월란




    바람은 땅덩이를 들어올려 쏟아버리기 시작했다

    나무의 피를 말려 목을 자른 현대문명의 손목을 낚아채고

    숲을 갉아 먹던 도시의 걸신들린 두 입술을 틀어막아

    푸서리의 푸른 빛만을 탐지해 훔쳐간 두 눈에 흙을 뿌렸다

    몸을 숨길 데라곤 하나 없는 평탄한 고비사막의 모래먼지가

    바람 따라 거칠 것 없이 하늘로 부유하며

    복수의 긴 여행을 시작했다

    둥근 황토산은 방자해지는 도시인들을 향해 웅장하게 굽이쳤고

    인고의 세월을 삼킨 강풍이 손발을 움직여

    잠자던 모래알을 깨우고 바람따라 발을 구르고 기지개를 켰다

    푸르름을 도난당한 설욕의 부력에 마른 흙먼지들은

    사막을 해바라기하던 햇빛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편서풍을 타고 잘린 나무의 핏빛으로 눈과 비를 물들였다

    흙가루가 비처럼 내려 토양의 수액을 죄다 핥아내고

    안개걸음으로 다가온 자연은 사람의 얼굴에

    방독면과 마스크를 가면이라 갖다 내밀었다

    자연은 선글라스로 가려진 인간의 두 눈 앞에

    세사바람의 만가지 수신호로 간구하고 있다

    이제 흙비가 멎으면 삽을 들고 나가

    쓰러진 나무들을 바로 세워 숲의 도시로

    회개의 삽질을 시작하라고

    홍진을 뒤집어 쓴 거리를 쓸며

    심은대로 안겨주는 자연을 벗삼아 나란히 가자고


    2007.2.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영시 Reading You 1 이월란 2016.08.16 136
110 시평 김기택 시평 이월란 2016.08.15 135
109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132
108 영시 Sunset 이월란 2016.08.16 130
107 영문 수필 Plato’s Cave, Republic, Book VII 이월란 2014.05.28 129
106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128
105 시평 유성호 시평 이월란 2016.08.15 127
104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6
103 낙엽 이월란 2015.03.30 122
102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1
101 영시 The Borderland 이월란 2016.08.16 120
100 시평 유안진 시평 이월란 2016.08.15 120
99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9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97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96 영시 Gone With the Wind 1 이월란 2016.08.16 114
95 영시 A Curious Genealogy 이월란 2016.08.16 114
94 영문 수필 The Analects 이월란 2013.05.24 112
93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해설 (유성호) file 이월란 2016.08.15 111
92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