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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黃沙)
이 월란
바람은 땅덩이를 들어올려 쏟아버리기 시작했다
나무의 피를 말려 목을 자른 현대문명의 손목을 낚아채고
숲을 갉아 먹던 도시의 걸신들린 두 입술을 틀어막아
푸서리의 푸른 빛만을 탐지해 훔쳐간 두 눈에 흙을 뿌렸다
몸을 숨길 데라곤 하나 없는 평탄한 고비사막의 모래먼지가
바람 따라 거칠 것 없이 하늘로 부유하며
복수의 긴 여행을 시작했다
둥근 황토산은 방자해지는 도시인들을 향해 웅장하게 굽이쳤고
인고의 세월을 삼킨 강풍이 손발을 움직여
잠자던 모래알을 깨우고 바람따라 발을 구르고 기지개를 켰다
푸르름을 도난당한 설욕의 부력에 마른 흙먼지들은
사막을 해바라기하던 햇빛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편서풍을 타고 잘린 나무의 핏빛으로 눈과 비를 물들였다
흙가루가 비처럼 내려 토양의 수액을 죄다 핥아내고
안개걸음으로 다가온 자연은 사람의 얼굴에
방독면과 마스크를 가면이라 갖다 내밀었다
자연은 선글라스로 가려진 인간의 두 눈 앞에
세사바람의 만가지 수신호로 간구하고 있다
이제 흙비가 멎으면 삽을 들고 나가
쓰러진 나무들을 바로 세워 숲의 도시로
회개의 삽질을 시작하라고
홍진을 뒤집어 쓴 거리를 쓸며
심은대로 안겨주는 자연을 벗삼아 나란히 가자고
2007.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