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의 천국 (견공시리즈 25)
이월란(09/09/08)
토비를 입양하러 갔을 때 토비가 100일 동안 살았던 집은
꼭 고아원 같았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위해 참고 견디는 각박한 세상 같았다
말티즈 전문 배양소처럼 키친과 거실의 보이는 곳에만 해도
두 세 마리씩 가두어 놓은 오픈 케이지가 구석마다 진을 치고 있었고
갓 태어난 생쥐만한 강아지를 방에서 데리고 나오는 걸 보니
아래층까지 상상할 만했다
토비는 한 배 출생인 누이와 형까지 한 우리에서
어제 싼 똥까지 밟고 뒹굴며 사람손내를 맡곤 미치기 직전이었다
인터넷 사진으로 내게 이미 간택을 받은 토비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우리에서 풀려난 것이다
지하 수용소같은 퀴퀴한 냄새 속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말티즈 포로들이 꺅꺅 짖어대던 그 곳
외톨박이가 되긴 했지만 이젠 똥을 밟고 살지 않아도 되고
외롭긴 하지만 이젠 맘대로 온 집안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도그쇼에 나가기 위해 녹슨 눈물자국 위에 가식의 회칠을 하지 않아도 된
토비는 지금, 진정 행복한 것일까
두고 온 전생같은 생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내가 나지 않는 천국도 인간의 천국일 수 있을까
불행의 씨가 제거된 행복도 진정한 행복일 수 있을까
어둠이 있기에 빛이 감사한 것인데
새우잠 자며 강아지들과 싸우며 뺏어먹던 밥이 그립지나 않을까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